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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Drucker

레저큐 인턴기 4편 – 님과 함께

레저큐에는 직급과 나이에 상관 없이 직원들 간에 ‘님’ 호칭을 쓰고 항상 높임말을 사용한다.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나이와 직급이 천차만별인 50명 규모의 조직에서 상하에 상관 없이 서로 ‘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생각만큼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님’ 호칭을 쓰는 것은 아주 중요한 규칙이다. 직원들간의 원활한 소통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스타트업에서 호칭은 조직 문화와 직결되는 문제이자, 조직의 근간이 되는 철학과도 밀접하게 엮여져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잡음은 두배로, 메시지는 반으로

우리는 관계의 상하를 따지는 문화에 익숙하다. 자신을 소개할 때 나이를 먼저 이야기 하는 것이 당연하고, 조직이나 단체에서 누군가를 부를 때 직급이나 호칭을 붙여 부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윗 사람은 존경을 받고 아랫 사람은 존중을 받는 이런 문화는 유서 깊고 아름다운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때로 이런 문화가 조직원들간의 소통을 방해하기도 한다. 중요한 정보가 확산되지 않고, 창의적인 의견들이 빠르게 제시되지 않으며 때로는 위화감이 조성되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들이 조직에 아주 큰 비용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이런 사례들을 많이 보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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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때의 모습을 생각해보자. 어떤 회의 모습이 떠오르는가? 상석에 앉은 사람이 일장연설을 펼치는 동안 직위에 따라 도열한 아랫 사람들이 열심히 고개만 끄덕이는 회의? 아니면 활발하게 서로 토론하고 직급, 나이의 고하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발언하는 회의?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명령 계층 수를 최소화해서 조직을 가능하면 ‘수평적’으로 만드는 것이 조직구조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모든 명령의 전달 단계마다 잡음은 두 배로 늘어나고, 메시지는 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즉, 조직의 계층을 최소화해야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효과적인 소통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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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 그는 노동자들이 지식으로 생산활동을 하는 지식 사회에서는 수평적 조직 문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철학은 기업들로 전파되었고, 특히 IT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수평적 조직문화를 극단적인 형태로 운영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잘 알려진 사례 중 하나는 Half-Life, Counter-Strike, Portal 의 제작사이자 Steam이라는 게임 배급플랫폼으로 유명한 Valve라는 회사이다. 이 회사는 최소한의 경영진만 남겨두고 조직의 구조와 관리자 직위, 직급 자체를 완전히 없애버렸다. 심지어 팀의 조직도, 직원들이 스스로 하고 싶은 프로젝트에 합류해서 팀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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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브 사의 오피스 모습. 이 회사에는 직급도 없고 심지어 정해진 팀도 없다. (이미지 출처: The Wall Street Journal, Who’s the Boss? There Isn’t One.)

이런 문화가 Valve 사에 가져온 효과는 명확하다. 직원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권한, 특히 결정과 판단의 자유가 대폭 확장되고, 직원들이 얼마든지 창의성을 발휘해서 제품을 개발 할 수 있게 되었다. 실수가 있더라도 빠르게 개선되고, 서로의 실수나 실패가 감추어지는 일이 적어졌다. 직원 개개인의 의견과 동기를 존중하는 수평적인 구조의 회사 문화가 탁월한 성과로 이어졌다.

IT 스타트업의 ‘기업문화’에 대해

물 건너 우리나라에서도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나이와 직급에 상관 없이 호칭을 통일하고, 나아가서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추구하려는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다. 네이버에서는 직급 대신에 ‘님’ 호칭을 쓰고 카카오에서는 서로를 영어 이름으로 부른다. 물론 직원들끼리는 직위와 나이에 관계 없이 항상 높임말을 사용한다.

레저큐와 같은 IT 스타트업에서는 수평적 조직 문화가 더욱 더 중요하다. 스타트업에서는 조직원 개개인의 전문성과 생산성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기 때문이다. 팀의 규모가 작을수록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과 능력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조직원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의사를 피력하고, 자신의 가지고 있는 전문화된 지식을 최대한으로 활용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수평적 조직 문화가 회사의 성과를 보장하는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단점 역시 명확하다. 2013년 미디어를 떠들석하게 했던 valve 사의 집단 해고 사건이 이를 보여준다. (이 때 퇴사했던 이들은 valve 사는 아무도 ‘인기 없는 일’을 맡아 하지 않으려고 하고, 오히려 은밀한 내부정치가 횡횡하는, ‘고등학교’와 같은 조직이었다고 주장했다. 3)) 게다가 수평적 조직문화는 형성하기도 유지하기도 어렵다. 누가봐도 수직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소통이 종적으로 일어나는 조직에서 직원들이 서로를 ‘님’이라고 부른다거나 높임말을 사용하는 것이, 진정으로 소통의 장벽을 제거하는 수평적 조직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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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님’이라는 존칭을 쓰는 완전한 수평 조직, 게임 세계. 그러나 ‘님’이라는 호칭이나 수평적 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 중요한게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수평적이고 합리적인 조직은 젊은 구직자들에게 매력적이다.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의사가 존중받고, 자신의 능력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는 조직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그 동안 연봉과 복지가 회사를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면 이제는, 젊은 인재들에게 조직이 얼마나 수평적이고 민주적인지도, 취업 하고 싶은 기업을 정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된 것이다.

내가 인턴을 하면서 경험한 레저큐는 수평적이고 자유로우며 합리적인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회사였다. 생각보다, 이렇게 즐겁게 일할 수 있고, 직원 개개인이 존중받는 다는 느낌을 받게 해주는 조직은 흔치 않다. 물론 이런 기업문화를 계속 유지하고 가꾸어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회사의 규모가 점점 커질 수록 중대한 도전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조직원들이 함께 그 도전들을 잘 극복해나가고 좋은 문화들을 계속 가꾸어나면서 성장하는 기업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

References

  1. 조영탁, “수평조직을 구축하라!”
  2. 밸브 신입사원 안내서
  3. 노트A – “밸브 수평 관리 구조의 함정”

by EastskyKang